시
-
[성작가 시 열 세번째] 76인적다 2019. 7. 30. 22:44
76인 1. 나 그렇게 살리라. 76인처럼. 나는 77번째의 어릿광대. 살아서 죽지도 죽어서 살지 못할 작고 나약한 존재. 어디로 다가가는가. 끝내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미지에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오도 가도 하지 못하는. 2. 난 그렇게 살리라. 76인과 더불어 살아가리라 나는 77번째의 어릿광대. 내가 가고자 했던 곳은 이미 도착해 있었기에 어디에도 가지 못함이 아니라 내 안의 그들과 만나기 위해 난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기에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음을 자각조차 못하는 나는 이름 없는 어릿광대. 숨조차 쉬지 못하는 나는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나는 77번째의 어릿광대.
-
[성작가 시 열두 번째] 죽은 손가락적다 2019. 7. 29. 23:24
죽은 손가락 죽은 손가락에 대한 애착이랄까. 내가 알지 못하던 어느 순간에 벌어진 일. 이제는 알아 버렸지만 때는 늦었다. 잘리어진 손가락과 더불어 내 희망도 날아가버렸다. 이를 악물어 깨물어보아도 감각은 사라진 지 오래. 발갛고 선명한 이빨 자국만이 선홍빛 핏줄과 더불어 꿈틀거릴 뿐이다. 아. 어쩌면 이렇게도 비극적인 일이 나에게! 마디마디가 떨려오지만 그건 눈의 착시일뿐. 내가 본 상처는 이미 과거와 함께 저물어 버렸다. 죽어버린 손가락. 그것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 한숨 섞인 핀잔과 조소의 환청은 이미 드리워진 불안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간다. 빛나는 내 과거의 손길 또한, 현재의 나 자신을 빨아들인다. 다시 올 수 없는 환희에의 희망. 그것은 죽은 손가락에 대한 애착이랄까.
-
[성작가 시 열 한번째] 깊은 새벽적다 2019. 7. 28. 08:00
깊은 새벽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는 밝음의 이면에 가리어진 어둠이 있다. 때론 자각하기도 하지만 대개 밝음과 함께 잊혀진다. 하지만 그 어둠이 크나큰 방황의 문을 두드리고 알 수 없는 깊이의 수면에서 오르내리고, 그것을 반복하고... 입 밖에 내는 것은 구태의연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 누구도 모를 테니까. 다만 바로 그 내가 알기에 크나큰 고통의 피로 잠식되어 젊은 날 내 영혼은 허무와 함께 저물어간다. 생각은 공허한 울림을 날리고 그 바람의 씨앗은 내게 되돌아와 나를 아스라 지게 만든다. 더더욱 작아지는 당신 안의 나. 귀뚜라미 울음 조차 들리지 않는다. 내 귓가엔 바람소리만이 환청처럼 덮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꽉 막힌 소라고동을 불어버리듯이 푸른 영혼을 대지 위에 펼치기 위해 일어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