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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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작가 시 열두 번째] 죽은 손가락적다 2019. 7. 29. 23:24
죽은 손가락 죽은 손가락에 대한 애착이랄까. 내가 알지 못하던 어느 순간에 벌어진 일. 이제는 알아 버렸지만 때는 늦었다. 잘리어진 손가락과 더불어 내 희망도 날아가버렸다. 이를 악물어 깨물어보아도 감각은 사라진 지 오래. 발갛고 선명한 이빨 자국만이 선홍빛 핏줄과 더불어 꿈틀거릴 뿐이다. 아. 어쩌면 이렇게도 비극적인 일이 나에게! 마디마디가 떨려오지만 그건 눈의 착시일뿐. 내가 본 상처는 이미 과거와 함께 저물어 버렸다. 죽어버린 손가락. 그것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 한숨 섞인 핀잔과 조소의 환청은 이미 드리워진 불안의 심연으로 빨려 들어간다. 빛나는 내 과거의 손길 또한, 현재의 나 자신을 빨아들인다. 다시 올 수 없는 환희에의 희망. 그것은 죽은 손가락에 대한 애착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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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작가 시 열 한번째] 깊은 새벽적다 2019. 7. 28. 08:00
깊은 새벽 사람은 누구나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는 밝음의 이면에 가리어진 어둠이 있다. 때론 자각하기도 하지만 대개 밝음과 함께 잊혀진다. 하지만 그 어둠이 크나큰 방황의 문을 두드리고 알 수 없는 깊이의 수면에서 오르내리고, 그것을 반복하고... 입 밖에 내는 것은 구태의연할지도 모른다. 아무도, 그 누구도 모를 테니까. 다만 바로 그 내가 알기에 크나큰 고통의 피로 잠식되어 젊은 날 내 영혼은 허무와 함께 저물어간다. 생각은 공허한 울림을 날리고 그 바람의 씨앗은 내게 되돌아와 나를 아스라 지게 만든다. 더더욱 작아지는 당신 안의 나. 귀뚜라미 울음 조차 들리지 않는다. 내 귓가엔 바람소리만이 환청처럼 덮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꽉 막힌 소라고동을 불어버리듯이 푸른 영혼을 대지 위에 펼치기 위해 일어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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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작가의 시 아홉 번째] 종이 줍는 할아버지적다 2019. 7. 25. 22:43
종이 줍는 할아버지 1. 나는 책을 읽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지나가신다. 무표정한 얼굴로 비켜드린다. 지난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본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의 모습. 복받치는 슬픔에 울먹거린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세대차이라고. 너는 나를 이해 못한다고. "아니에요, 아버지. 하지만 당신의 인생은요" 2. 나는 커피를 마시고 버리는데 그것을 할아버지가 줍고 계신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일어선 할아버지의 얼굴을 본다. 그것은 나의 아버지의 얼굴. 너무나 슬퍼 애써 외면한다. 아버지는 말하셨다. 건강을 위해서라고. 운동을 위해서라고. “아니에요. 아버지. 차라리 다른 일을 하세요" 3. 나는 침대에 누워 있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고 아버지를 떠올린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마지막 얼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