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명한 바닷가, 드넓은 공원서 즐기는 여유로운 산책시청을 감고 뒤로 돌아가면 오슬로의 앞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시청 건물 뒤로 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오슬로 항은 노르웨이가 해상국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아담한 규모다.
유람선과 어선 몇 척 말고는 비교적 한산한 항구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두런두런 앉아 대화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닷가를 따라 잠시 산책을 하며 사색의 시간을 가진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아케르 브뤼게(Aker Brygge)는 의류, 전자제품 등을 살 수 있는 현대적 쇼핑지역이다.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노르웨이의 높은 물가 때문에 선뜻 지갑에 손이 가진 않지만, 수많은 노천카페 중 한 곳에 들어가 차를 마시며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길을 거니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휴식을 마친 후 다시 칼 요한스거리를 가로질러 오슬로 대학 건물 뒤편에 있는 국립 미술관으로 향한다.
노르웨이 최대의 미술관인 이곳에는 피카소, 르누아르, 세잔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곳은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작품 [절규] 등이 전시된 뭉크홀(Munch hall)이다.
뭉크의 작품들은 이곳 국립 미술관 외에도 뭉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개관한 뭉크 미술관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이제 도보를 마치고 노면전차인 트램을 이용할 시간. 트램의 창밖으로 보이는 도심의 모습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한가로운 여유가 느껴진다.
새삼 부러움을 느끼며 푸르른 자연에 감탄하고 있을 즈음 비겔란 조각 공원에 도착한다.

비겔란 조각 공원(Vigeland Sculpture Park)은 원래 18세기 중반, 개인의 정원으로 시작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모해오다가 20세기 초,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이 직접 제작한 분수대와 조각들이 전시되면서 비겔란 조각공원으로 명명됐다.
이곳은 오슬로에서 가장 큰 공원으로 시민들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지만, 아쉽게도 비겔란은 공원이 완성되기 전 세상을 뜨고 말았다.

조각공원 내에는 비겔란의 작품 212점이 전시되어 있다. 조각이 없는 부지까지 생각하면 상당한 규모다. 가운뎃길을 따라 죽 걸어가면 넓은 다리가 나오고 양쪽에는 수많은 조각들이 펼쳐져 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화강암 조각품으로 알려진 모놀리텐(Monolittan)이다.

멀리서 보면 기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21명의 실제 크기의 남녀가 얽혀 있는 모습이다.
공원을 산책하며 조각가의 열정이 투영된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주변은 어둑어둑하다.

인구 50만 명의 오슬로는 다양한 건축물들이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노르웨이 특유의 요란하지 않은 차분한 정서가 어우러진 매력적인 도시이다.
또한 고난의 역사를 이겨내고 세계적인 강국으로 거듭난 노르웨이의 투쟁심은 바이킹의 후예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바이킹의 강인함을 이어받아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자연 또한 오랫동안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슬로의 하늘빛은 우중충한 잿빛이지만, 이 도시 사람들은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었다. 먼 옛날 선조로부터 자연의 위대함을 배워왔기 때문일까.